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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밖에 있는 나TV 피플은 아까부터 털끝 하나 자세를 바꾸 덧글 0 | 조회 11 | 2021-06-06 00:53:21
최동민  
텔레비전밖에 있는 나TV 피플은 아까부터 털끝 하나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오른 쪽 팔굽을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고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보여지고 있었다. 텔레비전 속의 TV 피플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시계 소리가 들렸다. 타르프쿠 샤우스, 타르프 쿠 샤우스. 방은 어둡고, 답답했다. 누군가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복도를 걷고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고 나는 갑작스레 생각했다. 아내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는 아주 먼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모든 교통 기관을 이용하여, 내 손길이 닿지 않는 장소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과연 우리 사이는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상실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만 몰랐던 것이다. 내 안에서 수많은 상념이 풀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뭉쳐졌다. 그렇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중얼거려 보았다. 나의 목소리는 자신의 몸 속에서 아주 허망하게 울렸다. 내일 색을 칠하면, 더 잘 알 수 있게 될 거야라고 TV 피플이 말했다. 이제 색만 칠하면 번듯한 비행기가 된다고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넌 몰라. 난 여자야. 너랑은 다르다고. 너는 그걸 몰라, 전혀그녀는 마치 불현듯 생각이 났다는 듯, 테이블에서 조용히 얼굴을 들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질문이 어쩌다 문득 생각난 것이 아님은 명백했다. 그녀는 필시 그 점에 대해 줄곧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런 경우이면 반드시 묻어 있는, 약간은 쉰 듯한 딱딱한 울림이 있었다. 실제로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 말은 그녀의 혓바닥 위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망설임에 자맥질을 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부엌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앉아 있었다. 가끔씩 근처에 있는 선로 위를 지나가는 전철 소리를 제외하면, 사방은 대체로 잠잠하게 가라앉아 있다. 때로는 너무 조용하다 싶을 만큼 조용했다. 전철이 지나가지 않을 때의 선로란 불가사의할 정도로 조용한 법이다. 부엌 바닥에는 비닐 타일이 깔려 있고, 그것
그래서 성공을 거두었다나는 아주 피곤해졌다. 아주 얄팍하다. 사촌 여동생한테 결혼식에 못 간다는 답장을 써야 할 텐데,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 때문에 사정이 있어 도저히 참석할 수가 없습니다. 유감스럽군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라고. 텔레비전 속의 두 사람은 나와는 아무 상관없이, 부지런히 비행기를 만들고 있다. 그들은 한 시도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 기계를 완성시킬 때까지 그들이 해야만 하는 작업은 무한한 모양이다. 한 가지 작업이 끝나면, 쉴 틈도 없이 그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반듯한 공정표와 도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숙지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그들의 그런 나무랄데없는 일솜씨를 요령 있게 따라다니고 있었다. 알기 쉽고 적확한 카메라 워크였다. 설득력 있는 화면이었다. 아마 다른 TV 피플이(제 삼의 혹은 제 사의)카메라와 컨트롤 판넬 작업을 맡고 있는 것이리라. 신기한 일이다. TV 피플들의 그런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일솜씨를 지긋이 보고 있는 동안, 나한테도 그것이 조금씩 비행기으로 보여졌다. 적어도 비행기여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든, 그런 일 따위 별 상관이 없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저만큼 정밀한 작업을 저렇게 훌륭하게 해내고 있으니, 그것은 틀림없이 비행기일 것이다. 설사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들에게 그것은 비행기인 것이다. 정말 이 남자가 하는 말 대로다. 비행기가 아니라면, 대체 뭐지?여건이 되면 응원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다.1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 물을 몸밖으로 내쫓을 수가 있지?라고 나는 물었다. 나,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 눈을 피해 숨어 살 수는 없어. 이런 식으로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아.그는 소리를 내어 그것을 읽어보았다.비행기 비행기가 날아 나는, 비행기에 비행기는 날아 하지만, 난다 해도 비행기가 하늘인가 이것뿐이야?라고 그는 어안이 벙벙하여 말했다. 응, 그 말뿐이야라고 그녀는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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